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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는 그냥 요리 예능이 아니다, 20대 필독 자기계발서다.

[경자의하루]

by 김.경.자 2024. 10. 1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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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대를 어떻게 보냈나

 

 

 

 

 

 

 

 

 

넷플릭스 대장 콘텐츠로 우뚝 선 < 흑백요리사 > 가 끝이 났다.

 

남편과 화요일 저녁이 되면 치킨 한 마리 시켜 놓고 한 회, 한 회 줄어드는 걸 아쉬워하며 보낸 근래였다.

 

이제는 글로벌하게 알아주는 마피아가 된 권성준 셰프의 우승을 지켜보며 저녁상을 정리하고 누운 잠자리에서, 나는 쉬이 잠들지 못했다.

 

젊은데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셰프 세 명의 나이를 알고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출처: 넷플릭스

 

 

나폴리 맛피아 - 95년생.

트리플스타 - 91년생 추정.

요리하는 돌아이 - 90년생.

 

'나보다 나이가 많고 그만큼 경력이 많겠지' 하고 그저 막연히 생각해 오던 편견이 깨지자 나는 잠들 수 없었다.

나와 또래인 이 사람들이 살아온 세월을 모두 알 순 없지만 이 날 밤새 이리저리 뒤척이며 세 가지 생각을 곱씹었다.

 

1. 내 나이도 한 분야에서 정상을 찍는 게 가능하다.

2. 10년 동안 한 분야에 매진하면 전문가라 불릴 수 있다.

3. 나의 20대, 나의 지나온 10년은 어떠했는가.

 

요리 경연 프로그램에서 우승하고 유명세 좀 타는 게 한 분야의 정상으로 볼 수 있느냐라고 반문한다면 뭐, 존중한다.

 

다만, 지금 현재 이들의 인생에 변곡점을 찍은 것은 분명하다.

지금이 최정상일지, 앞으로 더 높은 곳이 있을지는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그들이 만들어갈 것이다.

 

그럼 이들이 이 변곡점을 찍기 위해 걸린 시간은? 평균 10년이라고 본다. 즉, 이들이 요리에 갈아 넣은 20대 시절이다.

 

실제로 권성준 셰프가 우승 소감으로 이런 말을 했다.

 

'즐기는 것 없이 집, 주방만 왔다 갔다 하며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 보니 틀리지 않았다.'

 

확신이 없을 때도 중도 포기하지 않고 요리 외길을 걸어온 결과, 그는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었다.

 

권성준 셰프의 거만한 태도가 약간의 문제가 되어 사과문까지 올렸는데 겸손이 미덕인 대한민국에서 조금 튀는 행동을 했다 뿐이지 충분히 젊은 이의 패기로 보고 가볍게 웃고 넘길 수 있는 모습이었다.

 

고로 나는 그런 사사로운 인성 문제나 사생활에 집중하고 싶지 않다.

 

그저 이 커다란 기회의 파도에 올라탈 수 있었던 그들의 지난 10년이란 몰두의 시간이 너무나 궁금할 뿐이다.

 

 


 

 

그럼 나는 20대를 어떻게 보냈나.

 

나의 소중한 20대를 스스로 비하하려고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나 또한 치열하게 취업을 준비했고 열심히 살았고 그런 것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

 

딱 한 가지, 흑백요리사의 젊은 셰프들을 보고 있자니 후회되는 것은 어떤 하나에 몰두해 본 적이 없다는 점.

 

직'장'을 가지기 위한 노력이 전부인 줄만 알고, 오로지 그 길만 정답인 줄 알고 학점과 토익과 자소서에 파묻혀 재미없는 나의 20대를 보냈다. 

 

그 당시 어떤 하나에만 집중하는 시간은 나에겐 사치였다. 이 사치스러움은 나에게 당장 돈을 벌어다 주지도, 나의 미래를 책임져 준다는 확신도 주지 않았다.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만들어 자소서에 써야 했고 최대한 많은 회사에 이력서를 냈어야 했다. 당장에 결과가 보이지 않으면 빠르게 포기해 버리고 다른 일을 찾았다. 매사에 열심이었으나 그 힘은 한 곳에 모이지 못하고 이리저리 흩어졌다.

 

시간이 지나 이렇게 30대가 되고 숨 한번 돌리니 비로소 보인다.

 

그게 무엇이든 10년만 몰두해 보자.

 

심장을 뛰게 하는 일이면 좋고, 그냥 해야만 하는 일이어도 괜찮다. 중요한 건 몰두하는 것이다.

 

지금 20대를 살고 있는 젊은 청춘들과 미래에 나의 자식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20대의 10년은 실패가 없다. 그 모든 것들이 나중의 변곡점을 위한 과정이다.

 

좋은 대학에 못 가면, 지금 당장 취업하지 않으면 실패, 도태된 것처럼 몰아가는 사회 분위기부터 바뀌어야 함은 물론이고 우리는 스스로 이를 명심하고 잊지 말아야 한다.

 

30대에 접어든 나에게는 지나온 세월이 있고 앞으로의 시간이 있다.

 

지나온 세월이 어디 앉을지 모르는 흩날리는 민들레 홀씨 같았다면 앞으로의 시간은 어느 과녁의 정곡을 향해 수없이 날아가는 화살 같아야 한다.

 

요리 예능을 혼자 다큐로 보고 밤을 새우며 이 사실을 몸소 깨달은 나는 10년 뒤 나의 40대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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